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속 배경이 되는 곳을 직접 거닐어 보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헌데 특히 장르문학이나 장르영화의 경우 주로 외국 작품들이 많아 장르 쪽으로는 그런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의 경우는 서울이나 경기 거주자라면 쉽게 소설의 배경이 되는 남한산성을 찾아가볼 수 있겠지만, 추리소설이라면? 글쎄요... 셜록 홈즈의 하숙집이 있는 베이커 스트리트 221B를 가기 위해 영국까지 갈 수 없는 노릇이지요. 물론 제 국내 추리소설 독서 경력이 일천해서 실재하는 지역을 상세하게 기술하여 작품의 배경으로 삼은 국내 작품을 찾아내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그런 작품을 찾아내었습니다. 실재하는 지역을 상세하게 기술하여 작품의 배경으로 삼아 독자의 머릿속에 인물들의 동선까지도 상세하게 제시하는 작품을 찾아낸 것입니다. 바로 <마인>이 그 작품입니다.

써놓고 보니 완벽한 자화자찬이군요. 하지만 여기는 판타스틱 편집부 블로그니까 이 정도는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비록 자화자찬이기는 하지만 공감할 수 있는 자화자찬임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

판타스틱에서 <마인>을 정식발간하기 전, 영한문화사에서 나온 1986년 판 <마인>과 조광사에서 1940년에 나온 <마인> 재판을 읽었을 때 제 머릿속에서는 유불란 탐정을 비롯한 <마인>의 숱한 등장인물들이 당시의 경성을 종횡무진했습니다. 물론 <마인>에 등장하는 지명들은 일제 강점기 시절의 낯선 지명들이기는 했지만 개중에는 제 기억 속에 그 위치까지 뚜렷한 지명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낯선 지명들도 간단한 검색을 통해 "아 본정통은 현재의 충무로구나."하고 쉽게 파악할 수 있었죠.

종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종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던지라, 또 한때, 아니 요즘도 정독도서관과 교보문고를 비롯한 광화문 시청 일대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죽이는지라 <마인>의 배경이 되는 공간을 더욱 친근하게 인지했는지도 모릅니다. 

해서 <마인>은 저에게 단순한 추리소설만은 아닙니다. 당시의 실제 경성을 최대한 활용한 <마인>이란 작품을 매일 매일 신문을 통해 읽던 당시 경성시민들의 심정을 헤아려 보면 왠지 모를 흥분이 엄습해옵니다. <마인>의 신문 연재분을 읽으면서 당시 독자는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릅니다. "아, 지금 안국동 사거리에서 종로사거리까지 유불란 탐정이 XXX를 미행하고 있단 말이지? 그것 참 흥미진진하군!" 사실 이 추측은 순전히 제 상상일 뿐이지만 제가 <마인>을 읽을 때는 제가 마치 당시의 경성 시민이 된 양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이렇게 <마인>을 흥미진진하게 읽으면서 이 재미를 다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우선 제가 먼저 <마인>의 배경 공간을 단순히 머리속으로 복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 발로 직접 걸으며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당시의, 그러니까 1939년의 경성 지도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꽤 괜찮은 두 점의 지도를 구했습니다.

1939년 경성 시가도 입니다.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경성가이드북의 지도

이 두 지도를 입수하여 <마인>에 등장하는 지명들을 짝지어 본 뒤에 현재의 서울 지도에서 그곳들을 찾아내었습니다. 그리고 위의 두 지도를 그림판으로 능숙하게 편집하여 한문 지명을 현재 지명으로 고치고 <마인>에 언급된 지명을 바탕으로 1939년의 경성을 거닐기 위한 경로를 정해보았습니다. 

1939년 경성 시가도를 바탕으로 한 경로

 

경성가이드북의 지도를 바탕으로 한 경로

그리고 드디어 5월의 어느 햇살 좋은 오후. 5호선 광화문역 6번 출구 앞에 섰습니다. 

6번 출구 옆 종로구 관광 안내도


제가 갖고 있는 지도와 비교하면서 어떻게 가야할지를 동행인과 상의했습니다. 첫번째 목적지는 3장 마술사에서 등장하는 K여고로 추정되는 경기여고 옛터, 당시 제일여고로 정했습니다. 



part # 2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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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 6 (完) 보러가기

- 澤